스탠딩 책상의 저주
스탠딩 책상의 저주
우리 반에는 스탠딩 책상이 네 개 있다.
원래는 잠 깨라고 만든 거다.
근데 어떤 애들은 그걸 평생 이용권으로 안다.
아침 7시.
이미 서 있다.
점심시간.
아직 서 있다.
야자 3교시.
아직도 서 있다.
심지어 지구가 한 바퀴 돌아도 그대로 있을 것 같은 자세다.
난 한 번 물어봤다.
"야 언제 비킬 거야?"
그 친구가 말했다.
"지구가 멈추면."
순간 지구가 0.3초 정도 흔들렸다.
더 이해 안 되는 애들도 있다.
스탠딩 책상에 의자를 끌고 와서 앉는다.
스탠딩.
책상.
앉음.
이건 진짜 김치찌개 시켜놓고 "국물이 왜 빨개요?" 하는 수준이다.
그러던 어느 날.
학교 지하에서 봉인되어 있던 스탠딩 책상의 신이 깨어났다.
키 12m.
몸은 메이플 나무.
얼굴은 책상.
목소리는 방송부 마이크.
"공동재산을 사유화한 자... 심판받으리."
첫 번째 독점러.
갑자기 다리가 진화했다.
무릎이 하나 더 생겼다.
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.
본인도 모른다.
그냥 생겼다.
두 번째.
크롬북만 보던 애.
갑자기 크롬북이 입을 열었다.
"야."
"나도 공부 좀 하자."
그러더니 크롬북이 혼자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.
학생은 구경만 했다.
결국 크롬북이 1등급 받고 학생은 5등급 받았다.
생활기록부에
보호자 : 크롬북
이라고 적혔다.
세 번째.
의자를 가져와 앉던 애.
그날 이후 세상의 모든 의자가 그 친구를 거부했다.
앉으려 하면 의자가 옆으로 굴렀다.
교실.
매점.
독서실.
결혼식.
비행기.
심지어 치과에서도 의자가 도망갔다.
결국 서서 충치 치료를 받았다.
네 번째.
하루 종일 독점하던 애.
갑자기 스탠딩 책상이 말을 했다.
"이제 네가 책상 해."
"...?"
다음 날 아침.
애는 없어지고
그 자리에 책상 하나가 더 생겼다.
반 애들이 말했다.
"어? 원래 다섯 개였나?"
선생님도 몰랐다.
교감쌤도 몰랐다.
교육청도 몰랐다.
그냥 책상이 되었다.
몇 달 후.
새로운 전학생이 왔다.
"와 스탠딩 책상 다섯 개네?"
그 순간.
맨 끝 책상이 작게 말했다.
"...비켜줄게..."
전학생은 못 들었다.
난 들었다.
책상이 울고 있었다.
그날 이후 나는 절대 스탠딩 책상을 독점하지 않는다.
혹시 안다.
지금 우리 반에 있는 다섯 번째 책상도,
예전에는 사람이었을지.
스탠딩 책상을 독점하지 맙시다.